2018년 러시아 월드컵에서 프랑스가 우승하던 날, 국제 와인 품평회(International Wine Challenge)에서 <올해의 스파클링 와인메이커> 상을 받은 샴페인 앙리오(Champagne Henriot)의 셰프 드 꺄브 로랑 프레네(Laurent Fresnet)를 만났다. 그는 샴페인 앙리오 200주년 기념 와인인 2008년 빈티지 샴페인과 ‘시간이 된 빛’이라는 의미의 최고급 샴페인 에메라(Hemera)를 한국 시장에 소개했다.
[샴페인 앙리오의 셰프 드 꺄브 로랑 프레네]
샴페인 앙리오 셰프 드 꺄브(Chef de Cave) 로랑 프레네(Laurent Fresnet)
샴페인 앙리오는 1808년 설립되어 200년이 넘게 가족 소유 및 경영을 이어온 샴페인하우스다. 앙리오는 초창기부터 프리미에 혹은 그랑 크뤼 포도원의 포도로 와인을 만들며, 최상의 품질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앙리오 샴페인들은 예전부터 귀족들과 샴페인 애호가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고 있다. 샴페인 앙리오 셰프 드 꺄브인 로랑 프레네는 샹파뉴 지역에서 대대로 포도를 기르고 와인을 만든 집안의 부모님을 뒀다. 그는 어려서부터 포도원을 돌보고 포도를 맛보며 자연스레 와인을 만드는데 필요한 경험과 훈련을 쌓았다. 대학에서 양조학을 공부하고, 뉴질랜드와 남아공, 포르투갈에서 스파클링 와인을 만든 뒤 귀국했다. 그는 샹파뉴 지역에서 최고의 샤르도네가 나는 르 메스니 쉬르 오제(Le Mesnil-sur-Oger)에서 다시 몇 년간 샴페인을 만들었다. 그는 2006년 5월부터 샴페인 앙리오에서 셰프 드 꺄브(Chef de Cave)로서 일하고 있다.
2015년까지 샴페인 앙리오 대표였던 조셉 앙리오(Joseph Henriot)는 샴페인 앙리오의 유전자가 될 리저브 와인(Reserve wine)을 만들었다. 샴페인 앙리오 유전자(Champagne Henriot DNA)란, 위대한 테루아에서 오는 미네랄 풍미와 신선함을 뜻한다. 그는 이를 위해 꼬뜨 데 블랑(Côte des Blancs)의 메스니-쉬르-오제(Mesnil-sur-Oger), 슈이(Chouilly), 아비즈(Avize) 등 최고 포도원의 샤르도네 와인을 리저브 와인(Reserve wine)에 포함했다. 따라서, 샴페인 앙리오는 기본급 와인에도 상당히 많은 비율의 리저브 와인을 쓸 수 있고, 덕분에 와인들은 매우 산뜻하면서 복합적인 과실 향과 풍미를 지닌다.
조셉 앙리오는 로랑에게 샴페인 앙리오의 모든 와인이 일관된 분위기를 갖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로랑은 이를 위해 프리미에와 그랑크뤼 포도원의 샤르도네 비율을 높였고, 샴페인 하우스의 수준을 짐작케하는 기본급 브뤼 수버랭에 보다 좋은 와인을 아낌없이 사용하고 있다. 또한 다소 묵직했던 최상급 뀌베 앙샹틀뢰르(Enchanteleurs)에 신선한 변화를 준 에메라(Hemera)를 탄생시켰다.
그는 국제 와인 품평회 스파클링 부문 <올해의 스파클링 와인메이커>에 5번 후보로 올랐으며, 2015년, 2016년과 2018년 그 타이틀을 거머쥔 위대한 샴페인 생산자다.
[샴페인 앙리오 와인들]
셰프 드 꺄브와 함께하는 샴페인 앙리오 시음
로랑 프레네는 샤르도네의 비율이 점차 높아지는 로제, 브뤼 수버랭, 빈티지, 프레스티지 뀌베 순의 시음을 추천한다. 이 경우, 시음자는 샤르도네가 주는 탁월한 산미, 미네랄, 청량감의 차이를 명확하게 경험할 수 있다.
[샴페인 앙리오 로제와 딸기 크림와 홍 자몽을 곁들인 페어링-눈부터 즐겁다!]
샴페인 앙리오 로제(Champagne Henriot Rosé)
샤르도네 40%, 피노 60% 블렌딩. 10~12% 레드 와인 첨가. 리저브 와인 사용 비율 35%. 도자쥬 8g/L. 3년간 효모와 숙성. 로랑 프레네는 로제 샴페인의 블렌딩을 검은 잔에 넣어서 한다. 색에 영향받지 않고 향과 맛, 스타일에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산호빛. 와인에선 꽃, 농축된 붉은 열매, 체리, 금귤, 홍 자몽, 설탕 씌운 레몬 향이 난다. 산미는 둥글려졌으며, 짭짤함과 감칠맛을 동반한 미네랄 풍미가 좋다. 크림 질감이지만 무겁지 않고, 미네랄과 산미는 뛰어나지만 날카롭거나 어렵지 않다. 향과 맛이 일치하며 입맛을 돋우기엔 최상의 모습을 보여준다. 디저트인 달지 않은 딸기 크림에 홍 자몽을 곁들인 케이크와의 조화도 여심을 사로잡기 좋다.
샴페인 앙리오 브뤼 수버랭(Champagne Henriot Brut Souverain)
샤르도네 50%, 피노 50% 블렌딩. 리저브 와인 사용 비율 50%에 이르는데, 이 중 절반은 전년도에 만든 브뤼 수버랭을 섞는다. 도자쥬 7g/L. 로랑 프레네에 따르면, 간혹 농사가 잘 된 해에 빈티지 샴페인을 더 많이 만들자는 제안이 들어온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장기 숙성력에 관해 정말 확신이 드는 해가 아니면 빈티지 샴페인을 만들지 않는다. 대신 그는 그 좋은 포도로 브뤼 수버랭을 만든다. 그는 샴페인 앙리오를 대표하는 브뤼 수버랭이 정말 중요한 와인이라고 강조한다. 심지어 그는 샴페인 앙리오의 핵심 유전자인 여러 해와 포도원의 샤르도네가 섞인 최상급 꾸베 38(Cuve 38)의 12%를 브뤼 수버랭에 블렌딩하고 있다. 와인애호가들이 브뤼 수버랭을 놓치면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살짝 짙은 금빛. 마카다미아, 바닐라, 흰 꽃, 귤, 딱딱한 흰 복숭아, 살구 그리고 미네랄 풍미가 탁월하다. 효모 자가 분해 향이 있지만 부드럽고 적당하다. 끝으로 갈수록 코끝을 치고 올라오는 꽃 향이 정말 아름답다. 생동감이 풍부하며 동시에 참 우아하다.
[샴페인 앙리오 2008년 빈티지는 병목과 레이블이 조금 다르다.]
샴페인 앙리오 2008년 빈티지(Champagne Henriot Millésimé 2008 Brut)
2008년 샹파뉴 지역은 온화한 겨울과 다소 비가 많이 내린 촉촉한 봄을 보냈다. 수확 시기 청명하고 건조해 농부들은 완벽하게 익은 건강한 포도를 얻을 수 있었다. 로랑 프레네는 2008년을 신선함(Freshness)과 풍성함(Richness)이 균형을 잘 잡고 있는 <이번 세대에 내려진 선물 같은 빈티지(Gifted Vintage)>라고 표현한다. 마침 샴페인 앙리오 설립 200주년이기도 해 와인은 더욱 의미 있다. 와인 병목과 캡슐에는 이를 알리는 <1808-2008> 표시가 있다. 샤르도네 50%, 피노 누아 50% 블렌딩. 도자쥬는 6g/L. 효모와 9년간 숙성 후 2018년 2월 병입했다.
[2008년 빈티지 샴페인 병목에서 앙리오 설립 200주년 기념 표시가 보인다.]
오랜 숙성으로 금빛이 진하다. 기포는 매우 작고 섬세하다. 와인에선 레몬 풍미가 가득하며, 토스트, 볶지 않은 견과류, 꿀, 시럽, 레몬 타르트, 비스킷, 생강 향이 난다. 산미는 단호하고 미네랄 풍미는 압도적이다. 로랑 프레네는 이 와인이 샴페인 앙리오의 정체성을 잘 드러내는 봄 느낌의 와인이라는 설명을 덧붙인다.
[샴페인 앙리오 뀌베 에메라 2005년, 볼이 큰 잔에 즐기면 더욱 맛있다.]
샴페인 앙리오 뀌베 에메라 2005년(Champagne Henriot Cuvée Hemera 2005)
에메라(Hemera)는 그리스 신화 속 ‘빛의 여신’을 의미한다. 6개 그랑 크뤼 포도원에서 자란 샤르도네 50%(슈이, 아비즈, 르-메스니-쉬르-오제), 피노 누아 50%(베르지, 베르제네이, 마이)가 블렌딩됐다. 조셉 앙리오의 소원대로 에메라는 더 신선하고, 꽃 향이 풍부한 스타일이다. 이를 위해 로랑 프레네는 포도 수확 방식에 변화를 줬다. 과거엔 해발고도에 따라 포도원을 3등분하여 완숙도가 높은 순으로 수확했다. 해발고도가 가장 낮은 포도원은 바디를, 가장 높은 포도원의 포도는 피네스와 매우 드라이한 석회질 미네랄 풍미를 선사했다. 하지만, 신선함이 생명인 에메라를 위해선 포도알이 너무 익지 않은 상태에서 수확한다. 그는 ‘포도에서 열대과실 풍미가 나면 안 된다’고 단호히 말한다. 여기에 도자쥬를 5g/L로 낮춰 에메라에 피네스, 순수성, 젊음을 강조한다. 효모와 12년 숙성해 에메라는 정말 신선하면서도 복합적인 풍미를 지닌다.
종전의 최상급 뀌베인 앙샹틀뢰르(Enchanteleur)가 담뱃잎, 올리브 등 식물성 향이 많고 묵직한 바디를 지닌 남성적인 와인이라면, 에메라는 여성적인 와인으로 볼 수 있다. 에메라는 훨씬 복합적인 미네랄 풍미에 섬세하며, 신선하다. 폭신폭신한 혹은 들릴 듯한 느낌이 매우 인상적이다.
잔을 들면, 고소한 정도의 토스트와 바싹 구운 견과류 향이 스친다. 잔을 흔들자 라임, 쟈스민, 잘 익은 멜론 속살, 졸인 시트러스 향이 난다. 입에서는 잘 익은 시트러스, 흰 후추, 미네랄 풍미가 가득하다. 마지막 순간까지 산미를 잃지 않는 몹시 긴 여운이 인상적이다.
셰프 드 꺄브의 설명을 들으며 샴페인 앙리오를 시음하니 왠지 맛이 더 좋았다. 로제 샴페인은 대개 지나치게 바디가 무겁거나 산미와 골격이 강해 이해하기 어렵다. 하지만, 앙리오 로제 샴페인은 한마디로 ‘모든 것이 적당’했다. 크림 같은 질감이면서 산미가 명확하고 무게가 알맞았다. 브뤼 수버랭은 생동감이 가득하고, 식사와 즐기기에 참 좋다. 로랑 프레네에 따르면, 이 기본급 브뤼 수버랭은 출시 후 5년 정도까지 최상의 모습으로 마실 수 있다고 한다. 2008년 빈티지는 마실 준비가 되어 있으며 정말 강렬하다. 동시에 아주 긴 장기 숙성 잠재력도 지닌다. 에메라는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개울에 반짝반짝 비친 햇살을 만끽하는 듯한 느낌이다. 2018년 8월 출시되는 2008년 빈티지 샴페인과 뀌베 에메라는 샴페인 애호가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선사할 준비가 되어있다. 꼭 만나 보시길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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